한 침대를 쓰던 남녀
- 레이나(leina)
- 2016년 3월 25일
- 2분 분량

발리에 온 첫날, 우붓의 지인 집에 묵고 있는 커플을 만났다. 그들은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썼다. 그들은 종종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을 가거나 함께 요가를 가곤 했다. 그들 중 하나가 식사 준비를 하면 그 식사를 나눠 먹곤 했다. 누가 보아도 그들은 커플이었다. 그들이 커플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 되지 않았다. 비슷한 또래의 양쪽 다 흠 잡을 데 없는 멀쩡한 남녀가 한 침대를 내내 쓰면서 커플이 혹은 이성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정말 상식 밖의 일이었다.
나는 어릴 때 부터 남녀칠세부동석까지는 아니었지만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남자인 사람과 방에 함께 있을 때는 방문을 조금 열어 두어야 한다고 들어 왔다. 그것에 따르면 그들은 분명 커플이었어야 한다. 그들의 방문은 그것과 상관 없이 수시로 닫혔다. 나는 커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나서도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만 아닐 뿐 둘은 그 침대에서 종종 섹스를 할 꺼라고 생각했다. 사귀지는 않고 섹스만 하는 남녀 사이로 짐작 하는 것이 오히려 상식적이다.
하루는 진지하게 집주인인 지인에게 물었다. 진짜 그들은 이성의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단순히 침대를 나눠 쓰는 사이냐고. 대답은 명쾌했다. 얇은 벽 하나를 두고 가스의 배출음까지 들리는 옆 방에 지내면서도 몇 달 동안 아무런 기미를 못 느낄 정도라면 그들은 뱀 일 것이라고. 무성애자도 어느 한쪽이 같은 성에만 관심을 보이는 케이스도 아니라고. 그들은 명상과 요가에 심취했고 베지터리안을 지향했으며 우붓에 널린 히피 중의 하나가 되고자 했으니 사실 오픈릴레이션쉽을 취한다거나 진지한 1:1의 관계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해도 진짜 그들의 관계를 감출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어떻게 한 침대를 지속적으로 써 오면서도 다 큰 남녀가 아무런 욕구를 느끼지 않고 단순히 침대 만을 쉐어 할 수 있는지 이해 불가였다.
우리는 끊임 없이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으며 단순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만으로는 유지가 되지 않는 다고 인지 하고 살지 않았나. 일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의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무지 했는지에 대해 생각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내 세상과 내가 만들어 놓은 상식의 잣대로 세상의 알지 못 하는 모든 것들을 잣대질 한 것이다.
가족이 그립거나 외로운 어느 밤에는 게이인 오빠의 집에 옹기종기 모여 언니까지 셋이 한 침대에서 잠든다거나, 밤이 늦어 돌아가지 못하는 이성의 친구에게 침대 귀퉁이를 내어 주는 일들을 궁핍 한 상상력에 의지하여 내 상식으로 규정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나. 나는 이제서야 남자인 친구를, 이성의 마력 어떤 것에도 의지 하지 않고 하나의 인간으로 받아 들이는 시작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친구인 남자와 침대를 장기 쉐어 할 만한 생각은 없다. 다만 이제는 상식적이라는 말 보다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상상하게 된다는 그 말을 더 신뢰 한다. 상식은 어쩌면 우리가 지칭 할 수 있는 어느 한 곳에서만 가능 한 것 아닐까? 우리가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순간 우리는 그 상식들의 교집합을 찾아 또 상식의 선을 긋게 될까? <신과 함께, 발리_한 침대를 쓰던 남녀_by 레이나(l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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